퇴임을 앞두고 제가 가장 갈망한 것은 원만하게 임기를 마치고 물러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현대상선의 대북송금 문제를 둘러싼 논란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치게 됐습니다.
참으로 죄송하기 그지 없습니다.
저 개인으로서도 참담하고 가슴아픈 심정일 뿐입니다.
저는 최근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시비의 대상이 되자 남북관계와 국가이익을 위 해 법적 추궁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감사원과 검찰도 같은 취지에서 법적 책임 추궁을 유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이 계속돼 국민 여러분을 혼란케 하고 있습니다.
이 에 부득이 그간의 경위를 국민 여러분께 보고말씀드리고, 여러분의 이해와 협력을 바라는 것이 저의 도리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정부는 남북정상회담 추진과정에서 이미 북한 당국과 많은 접촉이 있던 현대측 의 협력을 받았습니다.
현대는 대북송금의 대가로 북측으로부터 철도, 전력, 통신, 관광, 개성공단 등 7대 사업권을 얻은 것입니다.
정부는 그것이 평화와 국가이익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실정법상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용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이것이 공개적으로 문제가 된 이상, 정부는 진상을 밝혀야 하고, 모든 책임은 대통령인 제가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기에 대한 책임을 지겠 습니다.
거듭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것을 죄송하게 생각할 뿐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햇볕정책은 일부 비판도 있습니다만, 여러가지 성과를 가져온 것도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한반도에서 긴장이 크게 완화됐습니다.
이러한 긴장완화는 월드컵과 아시 안게임을 성공시키고 외국인투자를 과거 50년간의 총계보다 2.5배나 유치함으로써 국가발전에 기여했습니다.
우리의 기업과 국민도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해왔습니다.
한편 북한은 시장경제를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북한 사람들은 남한 사람들에 대 한 적대와 증오로부터 이제 이해와 동경으로 서서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부산 아시 안게임 때 우리는 이를 실감했습니다.
최근 우리는 58년만에 휴전선을 넘어 육로관광을 시작했습니다.
개성공단, 남북 철도 연결 등 북한 경제를 우리 경제의 영향속에서 변화시키는 기틀을 마련하고 있 습니다.
국민 여러분. 북한 정권은 법적으로 말하면 반국가단체입니다.
국가보안법에 의한 엄중한 처 벌의 대상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국민적 합의에 의해, 북한에 대해 한편으로는 안보 를 튼튼히 하고, 한편으로는 화해협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남북관계의 이중성과, 북의 폐쇄성때문에, 남북문제에선 불가피하게 비 공개로 법의 테두리 밖에서 처리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점은 동서 독의 협력관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번 경우도 어떻게 하면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민족이 서로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하면 우리 국민이 안심하고 살면서 통일에의 희망을 일궈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인가 하는 충정에서 행해진 것입니다.
저는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겠습니다.
다만 국민 여러분께선 저의 평화와 국익을 위해서 한 충정을 이해해 주시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그리고 모처럼 얻은 남 북간의 긴장완화와 국익발전의 기회를 훼손하지 않도록 관대한 아량으로 협력을 아 끼지 말아주기시를 바랍니다.
여야 정치인 여러분께도 호소합니다.
북핵문제가 심각하고 한반도 긴장이 고조 되고 있는 이때입니다.
우리에게도 엄청난 영향을 끼칠 이라크 전쟁도 임박하고 있 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오늘 가능한 소상하게 국민께 말씀드린 만큼, 국익을 위해 각 별한 정치적 결단을 내려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결정에 남북관계의 미래와 민 족과 국가의 큰 이해가 달려 있습니다.
거듭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드린 점을 죄송하게 생각하며, 국민 여러분의 애국 적인 판단과 이해를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민족의 역사가 국민 여러분의 현명한 결 단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